1. 애플이 10 여 년만에 애플카를 포기했다.
'Project Titan'으로 명명된 이 프로젝트는 2,000여 명의 직원이 투입됐다.
애플의 막대한 자금력과 기술력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던 이 프로젝트는 결국 2024년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2. "Project Titan" 초기 상황
초기에는 큰 기대를 모았다. - 막강한 자금력과 수많은 성공 기록이 있는 애플이었으므로 -
전 페라리 및 피아트-크라이슬러 회장 Sergio Marchionne는 애플, 구글과 같은 빅테크 회사가 (모빌리티) 경쟁에 뛰어드는 것이 매우 우려되며 심각한 일이라고 표현하는 동시에, 빅테크 회사들의 관심이 우리가 필요로 하던 것이며, 상황을 뒤흔들기 위해(to shake things up) 파괴적인 침입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초기 투입 인력은 수백 명 단위였다.
애플은 첫 생산까지 최소 5년에서 길게는 10년을 예상했다. (당시 구글의 자율주행차는 5년 후 도로에 올리는 것이 회사의 추정치였다.)
예상대로라면 빠르면 2019년, 늦어도 2024년에는 애플카를 양산해야 한다.
페라리의 Sergio Marchionne는 애플과의 협업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고 (물론 애플은 이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토요타 유럽의 Didier Leroy는 몇 자동차 회사들이 결국에는 애플과 구글과 협업하게 될 것이며 (그들의 기술력 덕분에) 그것이 Win-Win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이때만 해도 결정권은 애플 혹은 구글에 있었다.
당시 자동차 업계는 2008 금융위기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빅테크 회사들은 부활의 날개를 펴고 있었기 때문이다.
재규어랜드로버의 엔지니어링 책임자 Wolfgang Ziebart는 자동차 산업계의 보수적인 사고가 빅테크 회사가 주는 기회를 활용하지 못할 것이라 예상했다.
작은 결정에도 수많은 회의를 거쳐야만 하는 낡은 자동차 업계가 첨단을 달리는 빅테크를 따라갈 수 있겠냐는 것이다.
"If you need committees, and so on, to make decisions, then you've lost before you started"
-Wolfgang Ziebart, Jaguar Land Rover's engineering head -
정리하자면, 이때만 해도 애플 혹은 구글은 모빌리티 산업의 파괴적인 침입자로 여겨졌으며 기존 자동차 회사들은 그들과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지, 협력을 한다면 그들의 속도에 따라갈 수 있을지를 걱정해야 하는 완전한 '을'의 입장이었다.
실리콘밸리와 디트로이트, 뮌헨, 나고야, 서울의 싸움에서 주도권은 완전히 실리콘밸리에 있었다.
다만 이때 업계의 관심은 자율주행 기술보단 파워트레인 싸움에 있었다.
내연기관에 아직 많은 개선할 점이 남아있고, 하이브리드 엔진 등의 개발을 통해 배출가스를 많이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기존 자동차 회사에 강점이 있다는 의견도 많았다.
또한 당시만 하더라도 피아트가 2020년까지 완전자율주행 차량을 출시할 것이라 예상했다.
피아트가 2020년을 예상했다면, 업계 상위권 회사들은 그 이전을 예측했을 것이다.
즉 앞선 내연기관 기술력을 바탕으로 친환경 엔진 개발을 서두르고 (당시로선 쉬워 보이는) 자율주행 개발을 늦어도 2020년까지 마친다면 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또 규제당국이 애플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기술이 준비되더라도 정부가 따라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2014년 분위기는 애플에 우호적이었고 자율주행 시대는 금방 올 것만 같았다.
2-1. 군사기지에서 자율주행을 실험하다.
2015년 중순, 애플이 쿠퍼티노 근교의 군사기지 'Concord Naval Weapons Station' 에서 자율주행 차량을 실험하고 있다고 가디언지가 보도했다.
(기지 안에 복잡한 도시 환경을 구현했는지, 개활지를 그대로 사용했는지는 확인 불가하다.)
동시에 캘리포니아 차량관리국 (DMV)의 자율주행 전문가와 애플 관계자들이 미팅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때, 월스트리트저널은 전기 구동 자율주행차의 공개 시기를 2019년으로 예상했다.
동년 10월, 애플 CEO 팀 쿡은 자동차 산업에 거대한 변화가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포드 모델 T를 언급하며- 애플이 21세기의 모델 T를 만들 것만 같이 말이다.
2016년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애플이 꽤 멋진 전기차를 만들 것이라 예상했다.
동년 7월 29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이 전 블랙베리의 자동차 소프트웨어 전문가 Dan Dodge를 영입했다며 프로젝트 타이탄에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연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 이 시기부터 하드웨어를 (아이폰의 폭스콘처럼) 기존 자동차 회사에 맡기고, 애플은 소프트웨어에 집중하기로 한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 말 타이탄 프로젝트 일부 인원 감축 소식이 전해졌으나 여전히 총원 1,000명 이상이 근무했고 진행은 비교적 순조로워 보였다.
2017년, 캘리포니아 도로에서 자율주행 실험이 허가됐다. 실제 세계에 대한 적응이 시작됐다.
동년 11월 라이다를 이용해 3차원 물체를 인식하는 VoxelNet: End-to-End Learning for Point Cloud Based 3D Object Detection 논문이 애플에서 공개됐다.
이 논문의 2024년 현재 인용 수는 3,703회에 이른다. End-to-end 방식으로 상당한 성능 개선을 이뤄낸 기념비적인 논문이기 때문이다.
이 논문의 저자인 Yin Zhou는 박사 학위 취득 후 Samsung Research를 거쳐 2015년부터 2019년 2월까지 애플에서 AI Researcher로 근무했으며 이후 2019년 2월부터 현재까지 구글 웨이모 자율주행 연구부서에서 시니어 매니저로 근무 중이다.
2017년 연말, 애플이 자율주행 연구를 중단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팀 쿡이 부인했다.
2018년 1월, 캘리포니아 차량관리국에 28대의 애플 자율주행 차량이 등록됐다.
동년 5월 독일의 메르세데스 벤츠, BMW 등과 제휴에 실패한 후 폭스바겐의 T6 Van을 기반으로 자율주행 연구가 이어졌다. (이때부터 완성차 업계와 협력이 삐걱대기 시작했다.)
2019년 1월에는 프로젝트 타이탄 자율주행 팀에서 200여 명의 인력 감축이 이뤄졌다.
적어도 이때부터 애플카는 명백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VoxelNet의 저자 Yin Zhou의 퇴사 시기와도 일치한다. 자율주행 사업부가 동력을 잃었다.
2020년, 애플 내부자들에 의하면 2024년 애플카 출시를 예상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2-2. 현대차그룹과 협력을 시도하다.
2021년 1월, 현대차그룹과 애플의 협력설이 나왔다.
보도는 애플이 조지아주에 위치한 기아의 플랜트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 36억 달러의 계약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며칠 후, 현대차그룹은 보도를 부인했다. 애플은 이제 일본으로 눈을 돌려 닛산, 토요타 등과 협의를 이어가는 듯했다.
동시에, 라이다 센서 공급을 위한 업체를 찾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시간은 애플의 편이 아니었다. 2024년 양산을 위해선 늦어도 2021년 플랜트 계획을 확정 짓고, 공급계약을 마쳐야 했다.
그런데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완성차 업체들은 아쉬울 게 없었다.
아직 애플은 보여준 게 없었고 자동차는커녕 파괴력 있는 논문도 거의 나오지 않았다.
실체도 없는 제품을 개발하려는 회사와 굴욕적 계약을 체결하며 폭스콘 넘버 2가 될 수는 없었다.
2-3. 자율주행을 포기하다.
2023년 8월 블룸버그는 애플이 자율주행을 포기하고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하는 수준의 (이 수준은 ADAS에 불과하다) 차량을 제작하는 것으로 선회했다고 보도했다.
2024년 1월, 블룸버그는 애플이 차량 출시를 2028년으로 미루며 자율주행 계획을 대폭 축소했다고 보도했다.
2024년 2월, 애플은 프로젝트 타이탄으로 명명된 자동차 개발을 포기하고 참여 인력 대부분을 생성형AI 연구로 이동 배치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자동차를 만들려는 애플의 꿈은 사라졌다.
3. 마치며
자동차와 자율주행은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역사상 가장 부유한 기업인 애플조차 실패했고 구글, 테슬라, 현대차그룹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늦어도 2020년을 목표로 했던 자율주행차가 아직도 윤곽조차 보이지 않는다.
인지/판단/제어 각 분야 파이프라인을 잘 통합하는 마지막 과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물론 각 분야의 완성도도 아직 높지 않다.)
인간이 하는 일 중 가장 쉽고 기계가 잘 할 것 같은 일조차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그 사이 자연어 처리는 빠른 발전을 거듭해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출현이 목전에 다가왔다는 소리도 들린다.
동시에 비전 모델과 언어 모델의 협업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자율주행 연구개발 Phase 3쯤 되는 지금, Large Language Model이 한계 돌파에 크게 기여할 수도 있겠다.
4. 애플카의 미래는? 애플 카플레이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애플카는 결국 세상에 나오지 못했지만, 우리가 차량에서 많이 사용하는 애플 제품은 존재한다.
바로 Apple CarPlay다.
애플 카플레이는 프로젝트 타이탄과 생년이 같다. WWDC 2013에서 공개 후 2014년 3월 출시됐다.
58개 브랜드 800개 차종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모든 차종에서 일관되고 명확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제공한다.
차 문을 열고, 시동을 걸고, 아이폰 iOS에서 사용하는 모든 기능을 차량에서 거의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Apple 지도의 강력함과 간결함을 당신의 자동차 안에서 만나는 법.
CarPlay는 당신의 이메일, 문자 메시지, 연락처, 캘린더 등에 입력된 주소를 활용해 목적지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리저리 뻗은 도로, 주거 구역, 나무, 빌딩 등 도시의 다양한 모습을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디테일로 세세하게 보여주죠.
라이트 모드 및 다크 모드 지도 모두에서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같은 명소를 3D로 실감 나게 둘러볼 수도 있답니다.
새로운 자동차를 탈 때의 어려움 중 하나는 디스플레이에 나타나는 정보들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다.
원하는 메뉴를 찾기 위해 여러 번의 터치를 거쳐야 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애플 카플레이는 모든 차에서 같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므로 스크린에서 헤맬 일이 없다.
또한 차세대 애플 카플레이는 칵핏 전방위에 걸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제공한다.
차량을 위한 궁극의 iPhone 경험을 선사하게 될 차세대 CarPlay.
계기판을 비롯해 운전자가 운전 중 보게 되는 모든 화면 콘텐츠를 제공해, 차량과 iPhone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일관된 디자인 경험을 선사합니다.
자동차 제조사마다 브랜드의 개성과 모델의 특성을 담은 디자인을 제공합니다.
운전자 입장에서는 정말 편리한 기능이 될 것이다.
하지만 완성차 회사 입장에서는 어떠한가?
차량 내부 디스플레이가 애플의 제품으로 채워진다면, 완성차 회사는 껍데기를 만드는 수준으로 전락할 수도 있는 위기로 다가온다.
다가오는 자율주행 시대 차 내부는 운전을 위한 공간이 아닌 휴식과 업무를 위한 공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스티어링 휠과 페달이 없어질 수도 있고 시트가 앞뒤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도 있다.
즉 주도권이 cabin 밖의 파워트레인과 차대에서 cabin 내부의 스크린과 시트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부 소프트웨어 주도권을 애플에 빼앗긴다면 다시 찾아오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다.
현대기아차 표준형 5W 세대 내비게이션에서 무선 카플레이/안드로이드 오토 업데이트가 늦어지는 것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을 것이다.
소비자가 애플과 구글의 차량 소프트웨어에 익숙해지는 일이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완성차 회사는 지금이라도 애플 카플레이/구글 안드로이드 오토에 대항할 차량용 소프트웨어 및 내비게이션 개발이 시급하다.
지금 늦으면, -지금의 스마트폰처럼- 거의 모든 자동차에 애플의 소프트웨어가 사용되는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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